2020. 12. 30. 10:40ㆍsketch
초기의 중정 안을 마음에 두고 있던 칸은 바라간에게 나무를 세울지 조각상을 세울지에 대한 조언을 구한 일화는 건축계에서는 유명한 일화이다. 결국 바라간의 조언대로 아무것도 세우지 않은 솔크연구소의 마당은 신의 한수라고 일컬을 만큼 훌륭한 선택이었다. 아무런 선택도 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만큼의 고민이 선택되어진 결과이다.
우리는 모두들 답만 찾아서 선택하려고 하는 제도교육의 목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상하게 여길지도 모른다.
네 가지 중 세 가지를 포기해야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틀에 매여 사고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선택해야 하는지 보다 빨리 선택하고 다음 문제 풀어야 한다는 관념 속에 생활하고 있기에, 두 가지를 선택할 수도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살고 있다.
감성이 묻어나는 따스한 집짓기를 하고자 한다면 타협과 포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잠시 잊고, 누구보다 빨리 정답을 찾아서 여기서 일등이 되려고 하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건축은 객관식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력과 시공디테일 등 건축과 연계된 여러 가지 것들을 잘 조합하고 조정하여 조화롭게 만드는 것이기도 해서 쉽게 결정되지 않는다.
나는 건축주에게 말하곤 한다.
집을 짓는 과정이 문제를 푸는 시험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집에 삶의 가치를 담아서 나를 닮은 집에서 나의 가족과 이웃과 함께 오순도순 즐기면서 사는 꿈을 실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집짓기를 하는 것이 좀더 바람직하다고.
비록 부족하고 모자라더라도 빠른 타협보다는 느린 선택이 결국엔 더 가치 있는 건 아닐까?